글 NERYS D’ESCLERCS 한국어 유경민
젠더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물 흐르듯 자유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MZ세대를 선두로 늘어나고 있어요.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접근과 정교한 장인정신으로 잘 알려진 톰 브라운(Thom Browne)은 마치 미래를 내다본 듯하죠. 이번 시즌에도 역시 기존의 방식에 물음표를 던지고 브랜드 고유의 미학으로 풀어낸 ‘반전 가득한 클래식’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시그니처 그로그랭 스트라이프를 얹은 정제된 테일러링부터 유니섹스 플리츠 스커트와 톰 브라운의 반려견 헥터의 이름을 딴 아이코닉한 강아지 모양 백까지, 뉴 시즌 하이라이트 피스는 물론 톰 브라운의 역사와 사이즈 가이드를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톰 브라운의 역사
젊은 시절 노트르담 대학에서 경영학 전공을 마친 톰 브라운은 배우의 꿈을 가지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했어요. 하지만 몇몇 광고에 출연하며 곧 자신의 재능이 다른 분야에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죠. 다시금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자 뉴욕으로 떠난 톰은 1997년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의 판매원으로 시작해 당시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산하의 클럽 모나코(Club Monaco)로 이직했어요. 이때 톰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랄프 로렌이 직접 디자인 팀으로 스카우트하면서, 톰은 패션 디자이너로서 공식적인 첫발을 내딛게 되죠. 2001년 톰은 부지런히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이블을 선보였어요. 톰 브라운은 옛 방식을 고수하거나 따르지 않았어요. 기존 남성복의 재단 방식에 도전장을 내미는가 하면, 전통적인 성별의 구분을 해체하고 단정하게만 입던 수트에 스포티함을 더하는 등 일반적으로 여겨지던 남성복의 틀을 깨트렸죠.
2004년 뉴욕 패션 위크에서 첫 컬렉션을 시작으로 톰 브라운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와 GQ로부터 여러 번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꼽히는 등 디자이너로서의 자리를 굳혀 갔어요. 톰 브라운 고유의 스타일과 철학을 인정받으며 몽클레르 감므 블루(Moncler Gamme Bleu)나 슈프림(Supreme)과 같은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도 자신 있게 이뤄나갔죠.
2011년에는 여성복 라인까지 선보이며 레이블만의 정체성을 단단히 하고 세계관도 확장했어요. 이후 2018년 8월, 이탈리안 패션 하우스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는 톰 브라운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여 85%에 달하는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죠.
시그니처 디자인 코드
매일 회색 정장을 입고 출근하시던 아버지에게 영감을 받은 톰 브라운은 회색과 남색이 주를 이루는 컬렉션을 선보여요. 톰 브라운의 피스는 직접적인 로고보다는 레이블을 연상시키는 시그니처 디자인 코드로 존재감을 드러내죠.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코드는 ‘4-바’를 꼽을 수 있는데요. 레드와 화이트, 블루 컬러의 그로그랭 스트라이프는 팔에 감기거나 셔츠와 블레이저의 등 뒷부분에 일자로 떨어지듯 배치되어 시선을 사로잡아요. 톰 브라운의 반려견 헥터나 돌고래처럼 생기 넘치는 동물 모티프는 레이블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드는 데 힘을 실어주고요.
톰 브라운의 모든 컬렉션을 관통하는 고유한 디자인 요소로는 프레피 감성의 플리츠 스커트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미니부터 맥시까지 다양한 길이에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톰 브라운의 스커트야말로 오늘의 패션을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죠. 상징적인 피스인 만큼 여러 유명 인사들의 선택을 받은 건 물론이고요. 2020년 시트콤 ‘시트 크릭(Schitt’s Creek)’의 ‘데이비드 로즈(David Rose)’ 역으로 네 개의 프라임 타임 에미상을 받은 댄 레비(Dan Levy)는 톰 브라운의 플리츠 스커트를 입고 시상식을 빛냈어요. 극 중 데이비드의 웨딩복 역시 톰 브라운이었죠. 이 외에도 2021년에 열린 멧 갈라(Met Gala)에서는 래퍼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가 톰 브라운의 스커트를 입고 젠더리스 룩을 자랑했답니다.
하이라이트 피스
톰 브라운의 강점이 도드라진 이번 가을 겨울 컬렉션엔 어김없이 다양한 톤의 회색이 주를 이루는 동시에 체크 패턴과 패치워크 디테일이 돋보여요. 언제 봐도 기분 좋은 반려견 헥터와 고래, 호랑이, 토끼 등 활기차고 귀여운 동물 모양의 백도 겨울에 들기 좋은 시어링 소재로 연출했죠.
이번 시즌 파페치는 함께하는 힘을 조명하고자 패션과 예술, 음악 등 아프리카 문화를 전하는 글로벌 미디어 브랜드 나탈(Nataal)과 파트너십 스토리를 준비했어요. 세 명의 포토그래퍼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 톰 브라운의 2021 가을 겨울 컬렉션을 사진에 담아낸 건데요. 포토그래퍼 제네바 아두아욤(Djeneba Aduayom)은 사진에 보이는 세 명의 아티스트 콜비(Kolby), 바이런(Byron), 윌리엄(William)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찍었고, 포토그래퍼 아리엘 밥윌리스(Arielle Bobb-Willis)는 뉴욕의 모델 시몬 루(Symone Lu)와 그 친구들을 렌즈에 담았죠. 마지막으로 포토그래퍼 이즈마일 자이디(Ismail Zaidy)는 아틀라스 산맥에서 그의 형제자매인 오스만(Othmane)과 파티마 자라(Fatima Zahra)의 모습을 남겼고요. “뉴욕의 스케이트 크루부터 로스앤젤레스의 아티스트까지, 톰 브라운의 정교한 유니섹스 테일러링을 입고 촬영에 임한 각기 다른 커뮤니티가 전하는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포용적이에요. 함께하는 '우리'의 힘이 잘 드러나죠.”라고 나탈의 에디터 미리암 부테바(Miriam Bouteba)가 덧붙였어요.
사이즈 및 핏 가이드
톰 브라운의 피스는 일반적으로 슬림하고 몸에 딱 맞는 타이트한 실루엣으로 출시돼요. 자신의 신체 치수를 알고 있다면 마음에 드는 완벽한 핏을 찾기가 훨씬 쉬워지죠. 파페치에서 소개하는 톰 브라운 사이즈는 XXS에 해당하는 00 사이즈부터 4XL에 해당하는 7 사이즈까지예요. 이중 니트웨어와 아우터의 경우, 크롭 기장으로 입도록 디자인되었어요. ‘슬림’이라 표시된 일부 상품은 작게 제작되었으므로 넉넉한 핏을 선호하신다면 한 사이즈 크게 주문하는 것을 추천해요. 해당 가이드는 파페치의 사이즈 차트에 기반한 것으로 참고용이며 상세 치수는 톰 브라운 웹사이트와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